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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카카오 ‘택시 호출’ 유료화, ‘따블 요금’과 뭐가 다른가

등록 2018-03-18 18:35수정 2018-03-18 19:00

그래픽 / 장은영 김승미
그래픽 / 장은영 김승미
카카오가 이달 말부터 시작하기로 한 택시 호출 서비스 유료화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료화는 승객이 카카오 택시 앱인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할 때 웃돈을 내면 택시를 빨리 불러주겠다는 것이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승객이 호출하면 택시를 바로 배정해주는 ‘즉시 배차’와 호출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택시를 연결해주는 ‘우선 호출’ 두 가지 기능을 앱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용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즉시 배차는 5천원, 우선 호출은 2천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는 유료화가 시행되면 승차난이 심한 출퇴근 시간대나 심야에 택시 잡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한다. 웃돈이 인센티브로 작용해 개인택시 기사들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택시 운행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웃돈을 기사들과 어떤 비율로 나눌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료화는 사실상 택시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기사들이 당연히 웃돈을 받는 유료 호출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승객 골라 태우기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승객들도 택시를 잡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유료 호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전에 거리에서 ‘따블’ ‘따따블’을 외치던 것이 스마트폰의 웃돈 호출로 바뀌는 셈이다. 대부분의 승객이 웃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유료화가 택시요금 인상과 다를 게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행법상 택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미터기 요금 외에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이 금지돼 있다. 에스케이(SK)플래닛이 2015년 5천원의 웃돈을 받고 유사한 기능을 도입했다가 서울시의 시정조처를 받고 없앴다. 카카오가 ‘유료화는 웃돈이 아니라 플랫폼 사용료’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는 승객들이 지불하는 플랫폼 사용료를 기사들에게 바로 지급하지 않고 운행 실적 등을 평가해 포인트로 적립한 뒤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받게 할 계획이다. 플랫폼 사용료 부과는 당국의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플랫폼 사용료라고 포장해도 승객에게 돌아오는 부담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에 택시요금을 15~25% 인상할 방침이다. 시민들의 부담이 한꺼번에 이중 삼중으로 커지게 된다.

카카오가 유료화를 추진하는 방식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처음에 무료로 시작해 가입자를 늘려 시장을 독점한 뒤 유료로 전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T는 승객에게 편리한 무료 서비스다. 덕분에 2015년 출시한 지 3년 만에 가입자 수가 1800만명에 이른다. 성인 2명 중 1명꼴로 이용한다. 다만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다. 수익 창출 방안을 고민하는 카카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손쉽게 웃돈을 받아 해결하는 방식은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 관련 기사 : ‘웃돈 주면 빨리 온다’ 카카오택시…국토부·국토부 “글쎄요”

▶ 관련 기사 : 카카오택시 떨떠름한 유료화…즉시 배차 원하면 ‘5천원 웃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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