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지난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재건축을 마구 허용하는 쪽으로 완화했던 기준을 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시행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여당 중진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이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진실로 공익을 위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9월 재건축 허용 연한을 ‘준공 뒤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다. 또 2015년부터 적용되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을 고쳐 구조 안전성의 비중을 40%에서 20%로 낮추고 주거환경의 비중을 15%에서 40%로 높였다. 건축물 안전에 문제가 없어도 주거환경 개선 목적의 재건축을 폭넓게 허용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유보돼 있던 때라, 재건축 붐이 일면서 전세난이 일고 아파트값 상승심리 확산 등 부작용이 컸다. 이번에 정부는 안전진단 평가에서 구조 안전성의 가중치를 노무현 정부 시절의 50%로 다시 올리고 주거환경의 비중을 이명박 정부 시절의 15%로 낮췄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박영선, 설훈, 안규백, 전해철 의원 등이 서명한 법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재건축을 더 쉽게 하자고 한다. 재건축 허용 기준 연한을 30년으로, 안전진단 평가도 입주자 만족도(30%), 주거환경(30%)을 중심으로 정하여 모두 법률에 못박자는 내용이다.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반대하는 유권자가 많은 곳을 지역구로 둔 이가 많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법안 제출이 일부 지역구 유권자의 이익만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라면 너무 가볍다. 어차피 통과 안 될 테니 지역구 주민에게나 잘 보이자는 ‘입법 쇼’인지, 공익을 위해 법을 고치는 것이 옳다는 소신에 따른 것인지 밝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