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방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대다수 지방의회가 각 시·도 획정위가 제안한 4인 선거구 신설안을 전면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하고 2인 선거구로 쪼갰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의석 나눠먹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적대적 공생’을 한 셈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20일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의 4인 선거구 7곳 신설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수정안을 의결한 건 충격적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선거제도를 개혁해 표의 등가성을 높이자는 주장을 해왔다.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엔 ‘표의 비례성 강화’ 원칙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소속 서울시 의원들은 이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대전·경북·경기·부산·경남·대구·강원·인천 등 대다수 시·도의회도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갰다고 한다.
한 선거구에서 3~4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는 거대 정당 공천이 곧바로 당선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당수 유권자 뜻이 사표가 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4인 선거구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지역별 상황이 무시되고 득표율이 너무 처진 후보까지 당선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획정 단계에서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적절히 배분하면 된다.
거대 양당이 담합해서 4인 선거구를 대부분 없앤 건 정치적 폭거에 해당한다. 특히 민주당 광역의원들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다. 민주당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또한 지금처럼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을 광역의회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거대 정당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제멋대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를 두어 기초의회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