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수서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에스알(SR)의 통합 논의가 국토교통부의 거듭된 계획 지연으로 빨라야 올해 연말께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평가용역을 수행한다는 계획뿐, 이후 어떤 기구에서 논의할지도 미정이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한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잦은 계획 변경과 불투명한 스케줄이 ‘공공성’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철도체제 개편의 본질을 흐리는 그릇된 신호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직후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던 국토부는 몇달 뒤 에스알 개통이 1년도 안 돼 평가가 이르다며 연말로 미뤘다. 이후 전문가들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기준을 마련하려던 계획은 최근 평가용역을 먼저 하고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논의 주도권을 국토부가 놓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 나아가 분리경영으로 인한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해온 부처 내부 논리가 힘을 얻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2011년 이명박 정권이 수서발 고속철도를 민간에 넘기려다 무산된 뒤 2016년 말 코레일과 사학연금 등 공공이 출자한 형태로 출범한 에스알은 ‘민영화의 다른 버전’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민영화 자체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코레일의 경영이 방만했고 서비스 개선이 미흡했다는 지적 또한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분리운영 평가에서는 철도서비스의 기본목표인 공공성과 안전성이 먼저다. 알짜 노선(수서~부산, 수서~목포)만 운영하는 에스알과 일반·광역철도와 화물열차까지 모두 운영하는 코레일은 애초 수익구조가 다르다. 수익경쟁만 강조될 경우, 이용객이 적은 벽지노선은 폐지될 수도 있다. 게다가 에스알은 차량정비·선로유지 등 투자비용도 들지 않는다. 에스알은 요금 10% 인하 등을 강조하지만, 이런 혜택은 특정 지역 주민이 아니라 전국의 이용객에게 돌아가는 게 타당하다.
이 문제는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통합 문제, 실크로드 등에 대비한 경쟁력 확보 등 철도체제 재편이라는 큰 그림과 맞물려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선 국토부가 에스알을 코레일 100% 자회사로 지배구조만 변경하는 데 그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국토부는 명확한 입장과 함께 논의 기준 및 시한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