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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정봉주 전 의원의 ‘거짓말’이 남긴 것

등록 2018-03-28 18:14수정 2018-03-28 21:46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이 28일 “죄송하다”며 모든 공적 활동의 중단을 선언했다. 성추행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이 사건은 정치인의 신뢰뿐 아니라 미투운동과 2차 피해 문제,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엇갈린 시선, 언론 보도 등 많은 것을 곱씹어보게 한다.

우선, 정 전 의원 행동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피해자가 지목한 날짜에 “렉싱턴호텔에 간 일이 없다”고 거듭 확언했다. 이를 뒷받침할 자료라며 수백 장의 사진을 제시하고,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피해자가 객관적 물증을 제시한 뒤에야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과거 행적을 확인하려면 휴대폰, 신용카드 기록 확인이 우선이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보도 이후 20일이 지나서, 그것도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온 뒤에야 이를 확인했다니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정 전 의원은 문제의 장소에 간 것은 맞지만, 왜 갔는지는 기억을 못 하겠다고 해명했다. 피해자의 성추행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연히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거듭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물론 6년이 넘은 일이니 기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버린 셈인데, 이에 대해선 사과를 하는 게 온당한 도리일 것이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면 정 전 의원으로선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당연히 펄쩍 뛰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는 게 상식적 태도다. 더구나 피해자가 정 전 의원에게 고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 전 의원은 아무런 대꾸조차 안 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더 신빙성 있고 설득력 있게 들릴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이 사건을 두고 피해자의 #미투 동참을 마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런 식의 ‘2차 가해’가 이어지는 분위기에선 앞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나서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특별한 근거도 없이 ‘정치적 음모론’을 주장하는 건 그 의도와 별개로 미투운동의 가치를 훼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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