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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현대차도 ‘순환출자 해소’, 이제 삼성만 남았다

등록 2018-03-29 17:32수정 2018-03-29 19:03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의 고리를 모두 끊고,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수단이란 비판을 받아온 일감몰아주기 구조도 없애기로 했다. 엘지와 에스케이는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했고, 롯데는 전환 작업을 진행중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가세함에 따라 5대 그룹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지 않은 곳은 이제 삼성 한 곳만 남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개선안 발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발적인 개편안 마련 시한으로 제시한 3월 말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뤄졌다. 정부의 독려가 작용하긴 했지만, 결단의 방향이 옳으니 환영할 만하다. 현대차그룹 소유·지배구조는 현재 4개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돼 있는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배하는 구조로 바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는 주식을 사고팔면서 1조원가량 세금을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글로비스에 일감몰아주기를 하여 정의선씨가 벌어들인 돈으로 모비스 주식을 사는 것이란 비판까지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순환출자는 출자 없는 회사 지배를 가능하게 하여, 기업의 현금 흐름에 대한 경제적 권리(소유권)와 지배권(의결권) 사이에 괴리를 낳는다.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많은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어서 경영권 방어가 쉬운 까닭에 재벌들은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 순환출자를 선호해왔다.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이런 낡은 구조를 청산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가 한단계 성숙하는 것으로, 기업가치도 끌어올릴 것이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 흐름에서 가장 뒤처져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제정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지침’에 따르면 삼성에스디아이(SDI)는 8월26일까지 삼성물산 주식 404만여주를 매각해야 한다. 삼성 지배구조의 더 큰 문제점은 삼성생명(8.27%)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점이다. 삼성은 국내에서 자산규모가 가장 큰 대기업집단이고,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규모에 걸맞은 선진적 지배구조를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여러 개혁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발 느린 삼성을 봐주느라 제도 개혁이 늦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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