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29일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정상회담 개최 일자를 4월27일로 확정했다. 남쪽은 회담에서 4월26일과 27일 등 복수의 날짜를 북쪽에 제시했고 협의 과정에서 27일로 확정됐다고 한다. 날짜가 정해졌으니 이제 회담이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일이 남았다.
회담일로 정해진 4월27일은 이달 초 대통령 특사단이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을 때 정상회담을 4월 말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데서 벗어나지 않는다. 회담 의제를 세밀하게 조율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회담 장소로 정해진 판문점 평화의집을 보수하는 데도 시간이 든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부터 4주 동안 진행되는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 일정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관심이 집중된 것은 정상회담 개최 날짜 외에 회담 의제였다. 남쪽 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에 갖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남북 양쪽이 공유했다고 한 것을 보면, 이 세 가지가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비핵화 의제’는 사안의 성격상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종 결론을 내기는 힘들지만,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 사이에 충분한 의견 교환과 공감 형성이 긴요하다. 이와 관련해 필요할 경우 남북 양쪽이 4월 중 다시 회담을 열어서 의제 문제를 정리하기로 의견 접근을 보았으니, 후속 회담과 막후 교섭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가 잘 조율되기를 바란다.
이번에 확정한 대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 회담 이후 10년6개월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이 된다. 역대 남북정상회담은 하나같이 중대한 의미를 띠었지만, 4·27 정상회담이야말로 한반도 운명을 가르는 회담이 될 것이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회담 성격이 강한데다 상황의 진척에 따라서는 이후 남-북-미 정상이 함께 만날 가능성까지 있다. 위기와 기회가 맞부딪치는 국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인 만큼, 성공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대로 ‘세계사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북은 이번 고위급 회담을 봄기운이 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신속하게 진행했다. 이런 분위기가 정상회담 당일까지 이어져 한반도에 대전환을 가져오는 통 큰 합의를 낳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공동보도문 교환하는 조명균-리선권 (파주=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18.3.29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photo@yna.co.kr/2018-03-29 15:51:38/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슈한반도 평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