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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수사권 논란, 개혁 바라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등록 2018-03-30 17:54수정 2018-03-30 19:23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최근 잇달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 총장은 29일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러셨을까 싶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듯한 비판을 쏟아냈다. “검찰 생각이 반영되지 않은 안이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찰 패싱’에 대한 섭섭함도 털어놓았다. 그러나 문 총장은 검찰개혁이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 1순위’였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경찰 비대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검찰개혁을 후퇴시킬 명분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조 수석과 박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무검찰개혁위원장과 경찰개혁위원장까지 포함한 5자회동과 3자회동을 거치면서, 검찰의 영장청구권은 유지하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안보수사처 설치 방안 등과 함께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다뤄질 것이다. 문 총장의 간담회 발언도 결국 국회 논의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자치경찰제가 완결된 뒤에나 수사권 조정에 응하겠다는 취지라면 수긍하기 힘들다.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위원회에서 다루는 사안일 뿐 아니라 문 총장이 주장하는 경찰 분권안은 현 정부의 대선공약과도 거리가 있는 ‘문무일표 자치경찰제’에 가깝다. 자치경찰제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사권 조정에 선제적 조건을 내건다면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찰 조직 역시 문제가 많음은 물론이다. 정보 수집을 명분으로 국민의 일상생활을 사실상 사찰해온 정보국 폐지를 요구받고도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경찰개혁위는 범죄정보 수집 등에 꼭 필요한 정보 업무만 각 부서로 넘기라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경찰청은 거대 조직을 놓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보안국 등이 댓글공작에 대거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뒤늦게 수사에 나서는 등 개혁은커녕 자정 의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지금처럼 수사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기소독점권 등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권한을 계속 갖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이 때문에 전보다 국민의 신뢰가 높아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만 보더라도 ‘공룡검찰’의 폐해는 여전하다.

참여정부 초기 ‘국민검사’ 소리까지 들었던 검찰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어떻게 추락했는지 우리는 잘 지켜봤다. 수사기관 사이의 수평관계 속에서 서로 견제·경쟁하는 체제로 만들지 않으면 그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많이 가진’ 검찰이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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