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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FTA를 북핵과 연계하겠다는 트럼프의 ‘장삿속’

등록 2018-03-30 19:16수정 2018-03-30 19: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한-미 양국이 이미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대북 협상과 연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미룰 수 있다. 왜 이러는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협상) 카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는데,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도를 읽긴 어려우나, 그의 특기인 ‘미치광이 전략’인 듯싶다. 자신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상대방에게 보이게 해 공포감을 유발한 뒤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에서도 이 전략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매우 나쁜 협정으로 폐기하겠다”고 거듭 위협해 우리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협상 과정에선 돌연 ‘철강 관세 카드’를 꺼내 자유무역협정에서 양보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익을 챙기는 데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법이다.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 한다. 한-미 양국은 28일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담은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선언문 발표 직후 트위터에 “미국과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위대한 합의”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백악관도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자와 미국 기업들에 큰 거래이고 중대한 승리”라고 자화자찬을 했다. 그래 놓고 공동선언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딴소리를 하고 있다. 국가 간 중요한 협정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 중이라고 한다. 자유무역협정과 대북 협상은 연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좌충우돌하며 압박하는 공세에 더는 끌려가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반복되는 일방주의적 행태가 한국 국민의 여론을 악화시켜 한-미 공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트럼프 “FTA-북미 회담 연계” 돌출 발언…숨은 뜻 있나

▶ 관련 기사 : 최악 피한 ‘한-미 FTA 협상’, 가시밭길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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