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 협약식’이 지난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왼쪽 둘째부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참석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성한 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 정의)이 2일 국회에 제4 교섭단체 등록을 마치고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3당 체제로 운영돼온 국회는 4당 체제로 전환되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가 범진보 진영을 구축함으로써 국회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범보수와 2 대 2로 균형을 맞추게 됐다. 4당 체제의 정립이 더욱 유연하고 정교한 협상을 통한 ‘협치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전날 합의문을 통해 8대 정책공조 과제를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 실현, 개헌 및 선거제도 개혁, 노동 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창출,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등이 포함됐는데, 대체로 진보개혁 진영의 핵심 의제들이 포함돼 있다. ‘평화와 정의’의 등록대표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먼저 맡기로 했는데, 비록 공동교섭단체 형태이긴 하지만 진보정당의 국회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당이 정책공조 이외에는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호남에서 경쟁 관계인 점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겠지만, 운영의 묘를 잘 살리면 소수 정당 입지를 강화하면서 개혁 과제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와 정의’가 개헌 정국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평화와 정의’는 권력분산 방안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입장을 절충한 총리 국회 추천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연계해 협상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개헌 시기 및 권력구조 문제에서 팽팽히 대치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이 단독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태여서 협상의 여지가 많지는 않지만, ‘평화와 정의’의 가세가 개헌 정국에 윤활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평화와 정의’의 교섭단체 등록을 계기로 거대 정당 중심의 국회 운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국회법은 20인 이상 의원이 모여야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보다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정책과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다당제 취지에 맞게 교섭단체 등록 요건 완화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