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지회(에버랜드), 삼성웰스토리지회,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동조합 등 4개 노조가 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전자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6천여건의 문건을 확보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검찰은 문건에 대한 분석 작업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3년 공개한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비롯해 그동안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직접 삼성 사옥에서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삼성 노동자들의 폭로를 보면, 삼성은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포착되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차단에 나서고 설립 뒤에는 초기에 와해시키거나 지속적인 회유와 압력을 통해 고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감시, 미행, 협박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됐다.
노동자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를 만들어 사용자와 교섭을 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런데도 삼성이 오랜 세월 노조 설립을 억압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묵인과 방조가 한몫을 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고용노동부는 되레 삼성 편을 들었고, 검찰은 부당노동행위에 면죄부를 주기 바빴다. 특히 민변 등의 고발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문건 작성의 주체와 출처를 확인할 수 없고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다. 검찰이 이번만큼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노조 와해 공작의 전모를 밝혀내고 책임자들이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조에 대한 삼성 총수 일가의 태도 변화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했던 고 이병철 창업주 이래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글로벌 일류 기업 가운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부정하는 곳은 아마도 삼성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또 아직 규모는 작지만 삼성에스원, 삼성웰스토리, 삼성전자서비스 등에서 노조가 설립돼 활동하는 것도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경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무노조 경영은 삼성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종식되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의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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