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이어 검찰과 경찰도 과거사에 대한 진상조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자기 조직의 잘못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파헤치고 단죄·청산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과거사를 조사 중인 경찰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기능 재편 과정에서 경찰은 지금보다 많은 권한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권한만 넘겨받고 그에 걸맞은 자체 쇄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국민적 비판에 부닥칠 수 있음을 조직 전체가 잊지 말아야 한다.
경찰청 보안국은 최근 원정화 간첩 사건이나 지피에스(GPS) 간첩 사건 등 언론에서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사건들에 대해 “당시 수사관들을 조사했으나 특별한 문제를 찾을 수 없어 조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피조사자들 쪽은 제쳐놓고 조사자들만 조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제대로 된 조사라고 하기 힘들다. 댓글공작에 가담한 보안국을 뒷북 압수수색하고 정보국 개폐에도 미온적이더니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8월 발족식까지 마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조사위 역시 야당의 방해로 두어달 전에야 조사를 본격화한 탓인지 아직 성과가 없다.
경찰개혁위가 지난 2일 연 회의에서 보안국은 △지방청별 안보수사심의위를 통한 수사 적정성 평가 △안보수사 인권변호인 지정 운용 △보안분실의 경찰서 이전 등의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의미있는 변화 시도지만,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두고 제도만 바꾼다고 저절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도 처음으로 과거사위를 꾸려 문제 사건을 조사 중이다. 그중 상당수는 경찰 책임 사건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로 검경 모두 자기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이 그렇다고 해서 경찰 역시 겉핥기식으로 조사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까지 합쳐 설치되는 안보수사처가 독립적 기구이고 자치경찰제 역시 경찰 인력을 분산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사권을 넘겨받는 등 위상과 권한 면에서 경찰은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국민 감시의 시선도 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질 것이다. 종전과 같은 인권의식·책임의식으로는 자칫 늘어난 권한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경찰 수뇌부부터 잘못된 과거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털고 가겠다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