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는 4일 소위원회를 열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소수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정당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일단 보류했다. 총선에 두 번 참여해 두 번 모두 의석을 얻지 못하거나, 1% 이상 득표에 실패하면 정당으로 존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 정당법의 기준은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2% 이상 득표하지 못할 경우’였는데, 헌법재판소가 2014년 이 조항에 전원일치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이번에 요건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정당의 등록 취소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게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였다. 아무리 진지하게 정치적 목적을 추구해도 원내 의석 유무와 총선 득표율만으로 등록을 취소하는 건 부당한 일이다.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총선에서 부진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한다면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녹색당, 우리미래 등 새로운 가치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출발한 소수정당들이 이 법 조항에 걸려 총선이 끝나면 반복적으로 해산되는 운명을 맞아야 했다.
여야가 이번에 기준을 조금 낮춘다고 해서 위헌 시비는 잦아들지 않는다. 위헌 결정을 받은 법 조항의 핵심 틀은 유지하고 숫자만 바꾸었기 때문이다. 2%를 1%로, 총선 참여를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바꾼다고 훼손된 헌법 가치가 되살아날지 의문이다. 녹색당과 우리미래 등 소수정당들은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다시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소수정당들의 반대를 누르고 끝내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기득권 지키기’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서 비례성 강화를 다짐해놓고 뒤로는 소수정당을 배제하는 법안에 합의하는 이중적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건전한 소수의견이 정치적으로 결집할 기회를 원천봉쇄한다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 여야는 기득권에 집착하지 말고 소수정당의 존립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당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등록취소 조항을 유지하려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게 분명한 정당에 한정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녹색당, 민중당, 노동당, 우리미래 관계자들이 정당등록 취소 조항을 폐지하라며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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