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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추경만으론 ‘청년 일자리’ 해결 못한다

등록 2018-04-05 18:56수정 2018-04-06 16:59

지난해 9월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줄을 서서 현장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줄을 서서 현장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청년 일자리 추경’이라 할 수 있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금 지원도 들어 있지만, 전체 3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 중 4분의 3인 2조9천억원이 청년 일자리 대책에 투입된다. 올해 본예산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에 배정된 3조원과 맞먹는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정책 역량을 쏟아부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2000년 통계 기준이 개편된 이후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22.7%로, 청년 네명 중 한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다.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다. 2021년까지 20대 중후반인 ‘에코 세대’ 39만명이 취업 시장에 유입되지만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재난 수준의 고용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이번 추경은 특히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일자리가 비어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정부가 연간 1천만원가량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이 정도를 지원받으면 대기업 임금의 90%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모두 1조7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 재정으로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여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으로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는 근속기간 1년 미만이 924만원, 5년 이상~10년 미만이 2136만원, 20년 이상이 3900만원이다.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다. 한시적 임금 보전 대책만으로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노동시간, 복지제도, 교육·훈련 시스템 등 다른 조건도 대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우리 경제는 중소기업이 전체 일자리의 88%를 맡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 한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대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57개 그룹의 영업이익은 55% 증가했으나 고용은 겨우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10여년간 20여차례의 청년 고용 대책이 나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했을 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관계를 바로잡는 근본적인 대책에 소홀했던 탓이 크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 등을 뿌리 뽑아야 한다. 또 혁신 중소기업의 등장을 어렵게 만드는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원·하청 이익공유제 같은 동반성장 정책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을 개선할 여력이 생기고 청년들도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경제 구조를 바꿔내야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의 길이 열린다.

▶ 관련 기사 : ‘지역 살리기’ 공감대 높지만 ‘청년 일자리’ 실효성 공방 예상

▶ 관련 기사 : 중기 취업하면 연 1035만원…기존 재직자도 76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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