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국외출장 전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건,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미국과 유럽 출장을 갔다 온 것을 비롯해 2014~15년의 세 건이다. 모두 피감기관 지원으로 출장을 갔고, 그중엔 한국거래소·우리은행 같은 사실상의 민간기관도 포함돼 있다.
김기식 원장 쪽은 “(해당 기관이)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거나, 현장점검을 위해서 갔던 공적인 출장이었다. 출장 후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엄정함을 유지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원으로 출장을 다녀온 이후엔 오히려 국회 상임위에서 예산 삭감과 지부 설립 불승인 조처가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김 원장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이유야 어떻든 국회의원이 국회 예산이 아닌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을 간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원래 기업·기관의 ‘로비’는 당장 나타나는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이고 암묵적인 이익까지 고려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로비에 따른 반대급부를 따지기 전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관행을 아예 없애자는 차원에서 몇만원짜리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까지 엄격하게 제한한 게 2016년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이다. 국회에서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했던 이가 김기식 당시 국회의원이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피감기관 돈으로 국외출장을 다녀왔다니, 그의 날카로운 의정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선 이를 “국회의 관행”이라고 말하지만, ‘관행’으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외부 지원의 국외출장을 국회의원 혼자서, 그것도 보좌관의 출장경비까지 지원받아 간 사례는 드물다고 복수의 국회의원은 말했다. 김기식 원장의 출장에 돈을 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거래소 쪽도 “그런 국회의원 출장을 지원한 사례는 김 원장 건 외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에선 김 원장 사퇴를 요구하지만, 그 이면엔 강력한 재벌개혁론자인 김기식을 배척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김 원장은 8일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점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원장은 이 흠결이 재벌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리란 점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길 바란다. 결국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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