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을 넘어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8일 삼성증권에 대한 조사와 공매도 규제를 요구하는 글이 수백건 올라왔고 이 중 한 글에는 사흘 만에 14만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는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시작은 우리사주 배당금으로 주당 1000원이 아닌 주당 1000주를 입력한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됐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허술한 내부 관리 시스템에 있다. 삼성증권 총발행주식(8930만주)의 30배가 넘는 28억주(금액 112조원)가 배당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내부 시스템엔 경고 메시지조차 뜨지 않았다. 발행한도(1억2천만주)의 20배가 넘는 가공의 주식이 발행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해당 부서와 상급자의 크로스체크가 없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삼성증권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유령주식 501만주가 버젓이 거래되는데도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들이 이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국내 주식거래 시스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자신의 주식도 아닌데 재빠르게 내다 판 삼성증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충격적이다. 증권사 직원이라면 당연히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도 오류를 바로잡도록 회사에 보고하기는커녕 불과 30분 사이에 501만주를 매도했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한때 11%나 폭락해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직업윤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사태는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공매도와 유사하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규제를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배만 불린다는 불만이 높다. 금융당국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삼성증권은 8일 구성훈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어 “이번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자 피해의 최대한 구제, 도덕적 해이를 보인 직원에 대한 엄중 문책, 철저한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허술한 내부 시스템과 직업윤리의 부재가 부른 참사다.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은 물론 유관기관까지 포함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른 증권사들의 실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록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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