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을 시내의 삼성증권 지점 앞에 ‘유령주식 사태’에 대한 사과문이 붙어 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직원이 주식 배당을 잘못 입력한 날은 5일이며 6일 오전까지 오류가 발견되지 못했다. 하루 동안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또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 중 일부는 회사가 ‘매도 금지’를 공지한 뒤에도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금감원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주식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사온 ‘공매도 제도’의 존폐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공매도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에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이익을 챙긴다.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가 있다. 국내에선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삼성증권 사태는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직업윤리 부재로 가공의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된 사건이지만, 삼성증권 직원들이 없는 주식을 매도했다는 점에서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하다. 애초 공매도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공매도를 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공매도는 주가 과열을 진정시키고 유동성을 확대하는 기능이 있는 반면, 투기성이 강한데다 작전세력의 개입 가능성마저 높아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특히 정보와 자금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 공세로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전산 조작을 통한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선 실제로 증권사들이 그동안 몰래 무차입 공매도를 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6일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에는 나흘 만에 20만명 가까이 참여했다.
공매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그때마다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주식거래에서 투자자의 신뢰는 생명이다. 투자자가 불신하는 증권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제도를 전면 손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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