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국의 각 법원에서 선출된 법관 대표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법관대표회의가 9일 회장단을 선출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 2월 마련된 법관회의 규칙은 전국 법원에서 117명의 법관대표를 선출하고, 이들이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건의할 수 있게 했다. 사법행정 담당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회의에 출석시켜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법관의 징계 종류에 ‘해임’을 추가하는 정부 개헌안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조사 중인 블랙리스트 논란도 논의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현장 법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한 것은 의미가 크다. 사법개혁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이날 회의에서 경선 끝에 선출된 회장단은 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 회장으로 뽑힌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5기)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부회장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3·28기) 역시 양 대법원장 때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에 소위원장으로 참여했다가 컴퓨터 조사를 거부당하자 사표를 쓰기도 했다. 개혁 성향 회장단의 구성은 사법개혁에 대한 일선 법관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적극 환영한다.
법관들은 사법권 독립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에도 박근혜 정권이 ‘법원 길들이기’를 시도한 강한 의혹이 제기되자 판사들 스스로 회의를 열어 진상조사 요구를 관철하기도 했다.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쟁취하려는 법관들의 이런 노력에 아직도 ‘좌파’ 운운하며 색깔론 딱지를 붙이려는 일부 언론과 정당의 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사법부는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별조사단은 조만간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법원 안팎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외부인사가 대거 참여한 사법발전위는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와 전관예우 근절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법관회의가 개혁의 주체이자 감시자로서 법정 너머 국민들의 바람까지 담아 사법부 신뢰 회복의 견인차 구실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