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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인력감축 대신 고통분담으로 법정관리 피한 STX 노사

등록 2018-04-10 18:27수정 2018-04-11 09:22

에스티엑스(STX)조선 노사가 ‘고통 분담’에 전격 합의하면서 법정관리 위기를 넘기게 됐다. 노사는 밤샘 협상을 통해 10일 인력 감축 대신 임금 삭감 등을 담은 ‘자구 계획안’을 만들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과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하고 11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에스티엑스조선이 법정관리를 피하고 독자 생존을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채권단은 에스티엑스조선에 독자 생존 조건으로 ‘고정비 40% 절감’을 요구했다. 현재 695명인 생산직 직원 중 500명을 줄여야 하는 고강도 인력 감축안이다. 400명은 사내 협력업체로 소속을 옮겨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고 100명은 희망퇴직을 해야 한다. 직원 네명 중 세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다.

에스티엑스조선 노사는 인력 감축 대신 ‘5년간 매년 6개월씩 무급휴직’ 등에 합의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고통 분담을 통해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절감 효과를 맞추기로 한 것이다. 고민철 노조 지회장은 “인적 구조조정을 막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뼈를 깎는 심정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노사는 이밖에 경비 절감, 생산성 향상 방안, 수주 확대 대책 등 경영 정상화 방안도 내놨다.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 등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실직은 모든 것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반강제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국지엠(GM) 노동자 가운데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직장 동료를 내보내는 대신 모두 함께 고통을 나누겠다는 에스티엑스조선 노사의 선택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통 분담을 통해 전체 일자리를 지켜낸 것이다.

채권단과 정부는 노사의 자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고용과 산업 측면까지 두루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굳이 인력 감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인력 감축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수단이다.

법정관리를 면한다고 회생의 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에스티엑스조선 노사는 명심해야 한다. 2013년 이후 에스티엑스조선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8조원에 이른다. 일부에서 나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고통 분담의 약속 이행은 물론 생산성을 높여 자생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독자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

▶ 관련 기사 : 정부·산은 ‘STX조선 노사 합의안’ 수용키로…법정관리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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