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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아파트값 떨어진다” 님비가 가로막는 청년임대주택

등록 2018-04-12 18:49수정 2018-04-13 15:57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안에 붙인 ‘청년임대주택 반대’ 안내문.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안에 붙인 ‘청년임대주택 반대’ 안내문.
서울시가 저소득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하는 청년임대주택 사업이 일부 지역에서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청년임대주택 사업은 역세권에 토지를 보유한 민간사업자에게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주면 민간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지어 사회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의 60% 수준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1만5천가구 공급이 목표였으나 7422가구에 그쳐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집값과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인한 주거난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이나, 특히 청년들은 경제력이 떨어지는 탓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서울의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율’이 40.4%다. 화장실과 부엌이 없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주거비 부담이 소득의 30%를 넘는 경우가 10가구 중 4가구에 이른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청년들 사이에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하는 신세라는 한탄이 나오겠는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주거 부담이다.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여러 이유를 내세우고 있으나 핵심은 아파트값 하락 우려다.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오면 동네 이미지가 손상돼 아파트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청년임대주택을 마치 ‘혐오 시설’인 것처럼 여기고 반대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님비 현상’이다. 마포구 창전동과 영등포구 당산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거나 집단서명을 받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당산동 아파트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이라는 미명 하에 1인 거주 5평짜리 빈민 아파트가 신축되면 우리 아파트 가격이 폭력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안내문을 단지 안에 붙인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아파트값 올리기에 혈안이 된 세상이라지만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일에까지 쌍지팡이를 들고 나서는 세태가 개탄스럽다. 아파트값 하락 주장의 근거도 막연하다.

강동구 성내동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월세를 놓아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임대 수입이 줄어든다며 반대한다. 대학 기숙사를 신축하거나 확장할 때 하숙집 주인들이 반대하는 이유와 같다. 하지만 청년임대주택이 주변 상권을 활성화해 전체 임대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많다.

청년임대주택은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고통을 해소해줄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8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임기 안에 30만실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년임대주택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반대 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지만, 서울시도 청년임대주택의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꼭 필요한 정책도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사전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업 계획에 반영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관련 기사 : 청년임대주택 ‘님비’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 관련 기사 : “임대 수익 떨어진다”…청년임대주택 막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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