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이날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한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위법이거나 관행에 비추어 평균 이하’라면 사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 고위 공직자 거취에 대해 대통령이 별도 기준을 정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안이 위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사권자로서 문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고위 공직자 인사의 기준은 궁극적으로 국민 눈높이가 될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의 과거 행적이 위법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안만으로도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충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동 중 하나라도 위법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날 중앙선관위에 질의한 피감기관 부담 해외출장, 후원금 기부 등에서 위법하거나 평균 이하 도덕성일 경우 사임토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언급은 김 원장의 행위가 당시 관행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면 야당과 언론의 사퇴 요구는 무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인사 때마다 하는 고민”을 언급하면서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말했다.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과도한 정치공세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정치권 모두가 무겁게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고위 공직자 인사 문제에선 법적 잣대와 관행 등 여러 기준을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상식적인 건 역시 국민의 판단, 다시 말해 국민 눈높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공직 임명 과정에서 나름의 기준을 가질 수는 있어도 그것은 결국 도덕성·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쫓아가는 노력이라고 본다.
김 원장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시민운동가였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위해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했다. 누구보다 도덕성을 생명처럼 간직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가 도덕성 면에서 다른 국회의원들의 평균보다 나았는지 여부는 다소 부차적이다. 그가 속했던 참여연대조차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한 점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검찰은 13일 한국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 사안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그의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문제만으로도 돌이키기 쉽지 않다. 김 원장이 이제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거취를 결단함으로써 마지막으로 순수성과 헌신성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