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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조양호 회장, 이 정도 ‘사과’로 위기 넘을 수 있겠나

등록 2018-04-23 18:07수정 2018-04-23 19:03

그래픽 / 김승미
그래픽 / 김승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2일 저녁,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에 대한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다. 갑질 행태가 세상에 불거진 지 열흘이나 지나서 나온 사과일 뿐 아니라 그 내용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사과문 중 조현민 전무의 잘못을 꼽은 대목은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이라는 한 구절뿐이다. 대한항공 사주 일가가 아직도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듯싶다.

조양호 회장은 조현민 전무와 조 전무 언니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에 대해, 한진그룹 내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든 되물릴 수 있는 조처라는 점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한진그룹의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달 3년4개월 만에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전례가 이런 의심을 키운다. 더욱이 기행에 가까운 갖가지 ‘갑질’로 공분을 사고 있는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조 회장의 장남이자 여러번의 일탈 행위로 구설에 올랐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

조 회장이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부회장에 앉히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회사 내부에선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석 대표는 그룹 재무통으로 조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선 ‘석태수라니 기가 막힌다. 석태수는 조 회장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심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파문은 근본적으로 자질 미달의 사주 일가가 회사 경영 일선에 나선 데서 비롯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의 자녀들은 완전히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는 분명한 조처가 필요하다.

관세청은 23일 서울 방화동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서울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주말에 이은 추가 압수수색이다. 세관당국은 조 회장 일가의 세금 탈루 혐의를 철저하게 조사해 투명하게 드러내야 할 것이다. 대한항공 쪽과 국토교통부·관세청 등 정부기관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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