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과 북의 두 정상이 한반도 운명을 걸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만난다. 남북은 지난 사흘 동안 합동 리허설까지 하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세계 전역에서 온 내외신 기자 3000여명이 이 만남을 전하기 위해 일제히 눈과 귀를 판문점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가 남북 정상의 만남을 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계를 향해 평화 의지를 천명하고 역사의 새 장을 열어야 한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이후 세번째 열리는 회담이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중대성에 비추어볼 때 역대 정상회담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가 적대와 반목의 세월을 뒤로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느냐, 전쟁의 먹구름 속으로 되돌아가느냐가 판가름 난다. 과거 정상회담에서 남쪽 정상들이 평양을 방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분단 70년사에 처음으로 북쪽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는다. 대결과 불화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와 화해의 마당으로 바뀐다. 이 하나만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남북정상회담 실현은 우리 정부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북쪽에 평화 메시지를 보냈다. 7월 베를린 연설에서는 원대한 평화 구상을 밝혔다. 북-미가 ‘화염과 분노’의 말을 주고받을 때도 평화에 대한 단호하고도 흔들림 없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런 노력이 새해 들어 결실을 맺어 평창겨울올림픽을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냈다. 이 기간 중에 우리 정부는 남북의 만남을 이끌고 북-미의 대화를 주선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만남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한반도 비핵화는 최우선 관심사다. 비핵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북-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한반도 안보위기가 우리의 삶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우리의 문제임도 분명하다. 비핵화의 최종 해결책을 북-미 정상회담의 몫으로 남겨두더라도, 이번 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의 방향과 일정에 대한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필요하고도 실현 가능한 일이다. 남북 정상이 국제사회를 안심시키는 비핵화의 로드맵을 만들어낸다면, 이 합의 위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정전 상태를 끝내고 평화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종전 선언을 함께 하는 것도 기대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잡이 회담이기도 하다. 남북정상회담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한달여 뒤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내 일각의 우려를 씻어내면서 회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어대로 남과 북은 다툼으로 점철된 과거와 결별하고 새 시대를 향해 함께 걸어나가기 위한 관문에 섰다. 두 정상의 어깨 위에 ‘평화롭게 번영하는 한반도’라는 여망이 걸려 있다. 남북이 화해와 상생의 길을 열기 위해 쏟은 노력이 화룡점정의 큰 성과로 맺어지기를 온 겨레와 함께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