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 담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명확한 의지를 내보이는 발언을 했다고 청와대가 29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체제 보장이 이뤄지면 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보유도 않겠다는 것이다. ‘핵 폐기 검증’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인데, 비핵화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는 발언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북부(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전 세계에 공개리에 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며,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핵실험장 폐쇄를 공개함으로써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여론을 의식해 비핵화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 조처는 북한의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이벤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북-미 정상의 담판을 목전에 두고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흐름을 비교적 정확히 꿰뚫으면서 실행 의지를 내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미국이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대화해보면 내가 남이나 태평양으로 핵을 쏠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핵실험장 폐쇄에 대해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는데, 와서 보면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건재하다”고 했다. 국제사회 우려를 파악하고 그에 대처하며 진정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4·27 회담 다음날 바로 대내외 매체를 통해 비핵화 합의가 포함된 판문점 선언을 보도한 것도 이행 의지를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15분여에 걸쳐 통화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남북 정상 사이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남북 정상 간 합의가 미국에서도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형국인 셈이다.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간 대화가 큰 틀에서 순항중이지만, 낙관하긴 이르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디테일의 악마’가 돌출할 수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8일 “김 위원장은 우리가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지도를 펼쳐줄 준비가 됐다”면서도 현재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창조적 중재 역할을 적극 모색함으로써 북-미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돌출 악재가 나오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힘써야 한다. 4·27 회담 결과를 토대로 일·중·러 등 주변 강국들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5월 중에 예정된 각종 외교 일정들은 민족의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계기들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조금 당겨지면서 5월 말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한-일-중 정상회의, 한-미 정상회담 등도 예정돼 있다. 남북 사이에도 각종 회담이 열릴 것이다.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문 대통령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