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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조양호 일가 퇴진하라”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외침

등록 2018-04-30 18:34수정 2018-04-30 19:01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라는 단체 카톡방에서 만든 촛불집회 피켓 문구.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라는 단체 카톡방에서 만든 촛불집회 피켓 문구.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원들이 29일 ‘조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라는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는데, 구호는 ‘조양호 일가 아웃’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재벌 총수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한국 사회에서 직원들이 총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자칫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 직원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재벌 3세의 일탈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기업을 사유화하는 족벌경영과 황제경영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항공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총수 일가의 잘못 때문에 직원들이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이 망가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3년 반 전의 ‘땅콩 회항’처럼 이번에도 시작은 갑질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조 회장 일가의 각종 불법행위 의혹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직원들의 문제의식도 지배구조 개선으로 옮겨갔다.

국민 분노도 직원들을 행동에 나서게 하고 있다. ‘대한항공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직원들 입장에선 이보다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학습효과를 통해 더 이상 조양호 회장을 믿지 않는다. 조 회장이 수습책으로 내놓은 조현아·현민 자매의 퇴진은 세상이 조용해지면 언제라도 되돌릴 수 있는 조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가해자는 총수 자제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경영에 복귀한 반면,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은 아직까지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도 이대로 종료되면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직원들의 사퇴 요구는 조 회장 일가가 자초한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여전히 사태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이번에도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조 회장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 관련 기사 : ‘피의자’ 조현민 5월1일 경찰 조사 … 이명희씨 내사 착수

▶ 관련 기사 : 국회의원·언론사 사장…대한항공, 등급 매겨 편의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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