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지원과 자립을 위한 국회대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27 남북정상회담을 비난해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판문점 선언’에 대해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선언문에서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문구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무너뜨릴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다. 또 선언문에 명시한 ‘민족 자주의 원칙’이 주사파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홍 대표의 주장은 지나친 이념공세다. 비핵화가 목표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났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갈 주춧돌을 놓는 자리였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선언문에 명시하고, 5월에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 등은 상당한 성과다. 이를 무시한 채 갈등만 조장하는 홍 대표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홍 대표가 “지금 문재인 정권의 언론 장악과 여론 조작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선뜻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것도 궤변에 가깝다. 국내외 언론이 회담 결과를 호평하는데, 이를 싸잡아 정권의 언론장악 결과물로 몰아간 것은 홍 대표의 과도한 피해의식이다.
홍 대표는 이념공세가 지방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눈감은 색깔공세는 되레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며 “당 지도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는 공감을 통해 지지세력을 확장하는 행위라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