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의 한 구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치킨집 폐쇄를 통보했다고 한다. 다행히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영업은 재개할 수 있게 됐으나 황당한 조처에 입맛이 쓰다.
대구 남구청은 지난 4월17일 관내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에게 영업소를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앞서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이 병역법 위반자라며 사업장 폐쇄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근거는 병역기피자에게 각종 관허업을 허가해줘선 안 된다는 병역법 제76조 2항이었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 중인 박씨에게 수사·재판을 피해 도주 중인 기피자가 소집에 응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만든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우선 의문이다. 또 2심 재판을 받고 있어 형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영업장을 폐쇄하라는 건 과도한 조처다. 병역거부자는 생계를 위한 영업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21세기에 냉전 시대의 잔재가 남은 ‘황당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박씨 사례를 계기로 병무청과 자치단체들은 비슷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처하기 바란다.
근본적으로는 이제 우리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의한 수감자가 누적 인원으로 2만명에 육박하고 지금도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감옥에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나 국제앰네스티 등은 여러차례 우리 정부에 대체복무 등 입법을 촉구해왔다. 국가인권위도 2016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내기도 했다. 대체복무제를 담은 병역법 개정안은 여러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법무부가 최근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초안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국회도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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