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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이행에 들어간 판문점 선언, 평화의 발신지 한반도

등록 2018-05-02 05:04수정 2018-05-02 08:09

1일 오후 국군장병들이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첫 단계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교하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후 국군장병들이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첫 단계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교하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냉전의 섬’ 한반도가 평화의 발신지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이나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 따른 이행 조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한반도가 평화·화해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두 고무적인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언급했다. 그는 “전적으로 가능하며, 매우 흥미로운 생각”이라며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여전히 판문점과 평양을 두고 고심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어디든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거론됐던 싱가포르, 몽골 등 제3국이 아닌 한반도에서 우리의 미래를 규정할 회담이 열리는 게 바람직하다.

더욱이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의 장’으로 거듭난 판문점에서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의미는 극대화될 것이다. 1989년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전략핵무기 감축 등에 합의하며 냉전을 종식한 몰타선언에 비견할 수 있다. 또 1953년 정전협정이 조인된 판문점에서 관련 당사국이 종전선언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평양도 마찬가지다. “미제의 각을 뜨자”며 반세기 이상 철천지원수로 여겨온 미국의 대통령이 평양에서 인민군의 사열을 받는 것을 상상해보자. 북-미가 정상국가의 관계로 공존할 전환점을 마련한다면, 역사는 ‘평양선언’으로 또렷이 기록할 것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 중국 주석과 만나 미-중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견줄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판문점 선언’ 이행 조처를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 군은 1일 오후 2시 육군 9사단 교하 중대에 설치된 대북확성기를 철거했다.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을 먼저 실천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려면 대북 전단 살포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보수단체들이 주도해온 전단 살포를 정부가 강제로 막을 방법이 마뜩잖은 게 현실이다. 통일부가 이날 전단 살포 자제를 간곡히 당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여전히 대북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을 폭정에서 해방하는 길이라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작은 양보가 전단이나 선전방송이 아닌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와 화해의 한반도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물론 장밋빛 희망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라 안팎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 정세가 형성됐을 때,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냉전의 섬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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