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되는 새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 시안 최종보고서가 2일 공개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 그동안 역사교과서는 이념논쟁의 대상으로 전락했었다. 일부 표현에 집착한 과열된 논쟁보다는 역사교육의 발전 방안을 두고 생산적 논의를 해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시안에서 집필 유의점을 삭제하고 집필 방향만 제시하는 등 집필기준에 ‘최소주의 원칙’을 적용하려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예를 들어 중학교 역사에서 고려의 후삼국 통일과 제도 정비 과정을 기술하는 대목에 대한 집필기준은 기존의 5분의 1로 줄었다. 국정교과서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세한 규정으로 교과서를 국가가 ‘통제’하려는 발상 자체였다. 최소한의 헌법적 가치나 민주사회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을 제시하고 역사학자들의 자유로운 집필로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경쟁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대한민국 수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뀐 것 등을 두고 보수진영은 이념논쟁을 점화할 태세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 이전 역사교과서에서 대부분 쓰여온 점이나 임시정부의 법통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적절한 변화다. 근본적으로 몇몇 표현보다 시대사나 각 부문사의 비중 등 전반적인 틀과 방향에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진일보한 시안이긴 하지만, 학습요소가 남아 있는 등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졌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틀을 완전히 탈피하진 못했다.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이처럼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정부가 제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점진적인 자유발행제 도입을 포함해 역사교육의 근본적 방향에 대해 더욱 많은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