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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6억 오른 아파트, 60만원 오른 보유세가 ‘폭탄’인가

등록 2018-05-04 05:00수정 2018-05-04 08:47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최근 국토교통부가 ‘2018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매년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해 조정되는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과 기준이 된다. 이번에 공시가격이 올라 보유세가 늘어나게 된 서울 강남 등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이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언론도 ‘보유세 폭탄’ 운운하며 이들의 반발을 부추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과장된 주장이다.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은 눈감은 채 보유세가 오른 것만 부각시킨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 예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7㎡는 평균 실거래가가 2016년 12월 17억원에서 지난해 12월 23억4천만원으로 6억4천만원(37.6%)이나 올랐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14억800만원에서 15억400만원으로 9600만원(6.8%) 오르는 데 그쳤다. 보유세는 575만원에서 635만원으로 겨우 60만원(10.4%) 늘어났다. 6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에 보유세가 60만원 늘어나는 것을 두고 ‘세금 폭탄’이라고 하니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세금을 신설한 것도, 세율을 올린 것도 아니다. 오로지 아파트값이 치솟았기 때문에 세금도 따라 올랐을 뿐이다. 아파트값 급등은 당연하고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특히 언론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조세 저항’을 조장하는 것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보유세 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정작 문제는 아파트값이 오른 만큼 공시가격을 올리지 않은 데 있다. 강남 4구의 이번 공시가격 상승률은 13.8%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강남 4구의 지난해 실거래가 상승률은 19.5%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실거래가 상승률에 한참 못 미친다. 국토부는 실거래가가 많이 오른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공시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실제보다 깎아주는 꼴이다. 가뜩이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70% 수준밖에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공시가격 상승률이 실거래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비싼 아파트일수록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조세 형평성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가을 세법 개정안에 보유세 개편안을 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의 2015년 기준 부동산 총 자산가치 대비 보유세 비중인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435%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보유세 부담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자산 격차를 키운다. 조세 정의에도 어긋난다. 정부가 이번만큼은 터무니없는 ‘보유세 폭탄론’에 휘둘리지 말고 제대로 된 개편안을 내놔야 한다.

▶ 관련 기사 : 6억 뛴 아파트, 공시가 1억 올라…세금 증가는 60만원뿐

▶ 관련 기사 : 선진국보다 낮은 보유세 부담…7~8월께 개편안 나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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