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0일 윤석헌 당시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에 ‘혁신 권고안’을 제안하고 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가 4일 새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한국금융학회장을 역임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전문성과 개혁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인정받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재벌과 관료들, 김기식 늑대 피하려다 윤석헌 호랑이를 만났다”는 글을 올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와 금융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전문성을 겸비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 요구를 받던 지난달 13일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관료 출신이 아닌 외부 전문가를 통해 금융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윤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금감원장에 적합한 인물이라 할 만하다.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이전 정부까지는 모두 관료 출신이 금감원장을 맡았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치금융 청산을 역설했다. 지난해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엔 금융위원회에 ‘혁신 권고안’을 제시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민간 금융회사에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 등 다수의 개혁 방안을 내놨다. 실제로 금융위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과징금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윤 원장 앞에는 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취임하면 바로 처리해야 할 현안들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금융회사 채용비리 의혹 등이 기다리고 있다. 윤 원장이 역량을 검증받는 첫 무대가 될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감독기구로서 금감원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금융감독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금감원 본연의 역할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그동안 금감원이 본연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감원 내부 개혁 또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잇따른 채용 비리와 직원들의 불법 주식 매매 등으로 금감원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감독기구가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금감원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이유다.
윤 원장이 과단성 있는 실행을 통해 금융 개혁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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