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통일·외교·해양수산부 장관이 5일 함께 연평도와 백령도를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4개 부처 장관의 동시 방문은 이례적인 일로, ‘서해 평화지대’를 향한 정부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바탕으로, 곧 있을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길 바란다. 정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 경제수역으로 만들어 남북 공동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아야 한다.
연평도·백령도 수역은 한국전쟁 이후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던 곳이다. 1999년과 2002년 2차례의 연평해전으로 우리 장병 6명이 전사했고, 2010년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장병과 주민 4명이 숨졌다. 4개 부처 장관들에게 하소연했던 것처럼 “매일매일을 불안 속에 산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4·27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화해의 문이 열린 이상,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모든 무력행위를 중단하고 주민 안전을 확보하는 건 다른 어떤 과제보다 먼저 이뤄야 할 정부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과의 회담에서 ‘말’이 아닌 ‘실천적 성과’를 내는 일이다. 2007년 10월의 2차 정상회담에서도 남북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조성’에 원칙적 합의를 봤으나, 후속 회담에서 의견이 엇갈려 가시적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번에 또다시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주민 실망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남겨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관건은 우리 쪽이 설정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북한이 인정하느냐 여부일 것이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들이 판문점 선언을 보도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이란 우리 쪽 표현을 그대로 쓴 점 등으로 볼 때 어느 때보다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건 긍정적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북방한계선은 기본을 유지하는 게 전제”라고 말했다. 서해 평화지대와 북방한계선 문제는 둘로 나눌 수 없는 사안이지만, 평화 구축이 선행 과제란 사실은 정부가 잊지 말길 바란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가 깃들고 남북 주민들의 안전한 어로작업이 번성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남북 모두 피부로 체감하고, 더 큰 공감과 지지를 불러오는 바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