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보안사 수사관 등이 자행한 인면수심의 성폭행 만행이 최근 <한겨레> 연속보도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미투 운동이 계기가 됐지만, 악행의 수준은 그에 비유할 정도가 아니다. ‘학살’ 못지않게 참담하고 충격적이다. 이제라도 5·18진상조사위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내고 가해자를 단죄해야 마땅하다.
5·18 민주유공자 김선옥씨는 미투 운동에 용기를 내어 자신의 피해를 세상에 드러내기로 했다고 한다.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으로 당시 학생수습대책위원을 맡아 안내방송 등을 했던 그는 한달여 뒤 교생실습 현장에서 계엄사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65일간 구금돼 폭행과 고문을 받다가 석방 하루 전날 계장이라 불리는 수사관에게 여관에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아버지는 교직에서 쫓겨나고 어머니는 충격으로 세상을 떴다. 가족이 풍비박산됐다. 그가 5·18 보상신청서에 썼다는 글처럼 통째로 잃어버린 그의 인생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시 여고 1학년이던 ㅇ양은 5월19일 집으로 오다 길에서 만난 공수부대원 5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그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속세를 등지고 승려가 됐다. 참담한 일은 이어졌다. ㅇ양 오빠가 “동생과 어머니의 한을 풀어달라”며 국회 5·18청문회 증인을 통해 사연을 공개하려 했으나 관련 단체 사람들조차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라도 쌓인 한의 만분의 일이라도 풀어야 한다.
5·18 당시 여성들이 당했던 성폭력 등 피해사실은 피해자 인권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에서 보았듯이 부끄러워해야 할 자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들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밝히고, 기록하고, 단죄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5·18민중항쟁 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지현(예명·이세상·65)씨가 1989년 2월 20일 한 식당에서 여승이 된 ㅇ양을 만나 5·18민주화운동 때 겪은 아픈 사연을 듣고 있다. 이지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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