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폼페이오는 이번 방북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 억류자들을 데리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폼페이오 방북은 미국인 석방 목적 외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흘러나오는 협상 교착설을 씻어내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 도착한 폼페이오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한 데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으로 보건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국이 막판 조율을 했음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억류자 석방을 예고했으나 실제 석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됐다면서도 발표를 계속 미루었다. 이런 사실 때문에 북-미 사이에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무언가 이상기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정상회담이 가까워지면서 미국 쪽에서 요구의 수위를 계속 높인 것이 북-미 사이 마찰을 키웠으리라는 추측도 나왔다. 폼페이오의 방북은 이런 이상기류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폼페이오 방북 발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면서 한 발언들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 파기가 북한에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자신은 약속하면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북한에 대고 한번 약속하면 꼭 지킬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다짐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직전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북-중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교착설을 불식하고, 북한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 타결을 보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북-미 사이에 불투명성은 남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조처’를 거듭 강조한 데 대해 미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를 잘게 쪼개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불충분한 합의는 용인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북-미 간 마찰 가능성이 여전히 있음을 보여준다. 폼페이오의 방북과 억류자 석방이 이런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해줄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북-미 사이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9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특별성명을 채택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애쓴 결과라고 할 것이다. 정부는 22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모든 방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난 4월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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