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년여만에 10일 낮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완전 직립에 성공했다. 목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마치 그날 닿지 못했던 제주도를 향해 다시 떠나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일 목포신항에서 3시간10분에 걸친 작업 끝에 마침내 세월호가 우리 눈앞에 바로 섰다. 많은 국민들이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스러졌던 우리 사회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심정 아니었을까. 이제 미수습자 수색과 진실 규명에 한점 아쉬움이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일어서면 가족들이 돌아올 것 같다”고 말하는 세월호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 좌현은 곳곳이 녹슬어 있긴 하나 ‘세월’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좌현엔 그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단원고 남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이 있다. 선체조사위원회 쪽은 철제 빔 제거와 안전보강 작업을 마치는 대로 미수습자 수색을 집중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이번만큼은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와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을 꼭 찾을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
세월호가 직립하며 바닥층 주기관실, 보조기관실, 축계실 등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진 만큼, 참사 원인 규명의 실마리도 풀리길 기대한다. 조타실 지시기와 엔진,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여부 등 확인해야 할 사항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외관 조사는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핵심구역이라 할 수 있는 기관실 쪽은 좁고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수색도, 기계적 부분 파악도 불가능했다. 무리한 증축과 과적, 조타 미숙으로 복원력을 상실한 게 사고 원인이라는 수사 결과에 대해 외부충돌설 등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다. 이날 좌현에서 육안상 외력에 의한 큰 충돌이나 함몰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의혹이 조금이라도 남지 않으려면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결과 공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린 7천톤짜리 배의 무게중심을 잡는 정교한 작업에 성공한 현대삼호중공업과, 지난해 3월 세월호를 인양했던 상하이샐비지의 노력에도 감사를 보낸다. 한때 세월호의 인양이나 직립이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무리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침몰시킨 채 둘 수 없다는 간절함과, 생명과 안전을 우선 가치로 하는 사회를 다시 세우자는 국민 공감대가 오늘을 가능케 했다. 선체조사위가 이후 진행할 선체 보존방식과 보존장소 등에 대한 여론수렴 과정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