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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한국 수준 번영”, 주목되는 북한 비핵화 청사진

등록 2018-05-13 17:56수정 2018-05-13 20:36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각) “북한이 빠른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처를 하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신속하고 과감한 비핵화 조처를 조건으로 미국이 큰 폭의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은 이에 화답하듯 오는 23~25일 외국 언론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행사를 한다고 12일 밝혔다.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쪽이 긍정적 신호를 주고받음으로써 회담 전망을 한층 밝히는 형국이다.

북한이 빠른 비핵화를 할 경우 한국 수준의 번영을 약속한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은 비핵화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이른바 ‘북한 비핵화 청사진’이라 할 만하다. 북한에 요구한 ‘빠른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처’는 종전과는 다른 조처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비핵화를 강조함으로써 북-미가 속전속결식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경우에 따라선 비핵화 시점이 훨씬 당겨지고, 그 방식도 앞뒤가 뒤섞이거나 동시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검증장치가 작동될 전망이다. 비핵화를 잘게 나누어 보상하는 과거 방식의 맹점을 극복함으로써 성공 전망을 한층 높일 것으로 평가된다.

폼페이오 장관 발언이 지난 9일 두번째 평양 방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난 뒤 나온 것이란 점에서 북한과도 어느 정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비핵화를 하면 그에 상응해 제재 해제, 체제 안전보장은 물론 큰 폭의 경제지원까지 제공하는 포괄적인 프로세스를 북-미가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 수준으로 번영하는 것은 비핵화 로드맵, 더 나아가 남북관계를 일궈나가는 데 있어서 큰 목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통한 번영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이해와 일치한다. 지금처럼 북한이 불량국가로 남아 있는 한 한국의 미래도, 동북아의 미래도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이를 통한 경제발전을 위해 모든 관련 당사국들이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일정을 공표한 것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남북 정상 합의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북한이 최소한 ‘미래 핵’은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일부에선 과거 영변 냉각탑 폭파와 같은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일련의 비핵화 과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을 한달쯤 앞두고 북핵 문제는 과거와는 판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이 전향적이고 과감한 조처들을 잇달아 내놓음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미를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창조적이고 과감한 조처들을 조율하고 실천함으로써 동북아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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