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여 만에 군과 민간업자 등 20명이 무더기로 기소되며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군사분계선에서 이제 대북확성기는 철거됐지만, 북핵에 대응하겠다던 대북심리전 핵심 장비가 불량품이었다는 사실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고질적인 군납비리 사슬을 끊지 않는 한, 또 어떤 형태로 국민들의 세금이 이처럼 새나갈지 모를 일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이후 추진된 대북확성기 추가구매 사업을 따낸 업체가 공급한 확성기 40대(166억원 규모)는 군이 요구하는 ‘가청거리 10㎞’에 미달하는 불량품이었다. 하지만 업체는 브로커를 동원해 로비를 벌였고, 전 국군심리전단장(대령)과 전 작전과장(중령)은 성능평가 기준을 낮춰가며 이 업체의 제품을 통과시켰다. 이번 수사에서 애초 이 업체가 수입산 부품을 국산으로 속이는 등 불법을 저질렀고, 확성기 방음벽 공사 사업자 선정 과정에 군과 브로커가 유착한 혐의도 드러났다. 오랜 세월, 안보 상황을 명분으로 군의 무기나 장비 구입에 대한 감시는 투명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유착 당사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뿐 아니라 계약업무 시스템이나 지휘감독의 문제점까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불량품이었던 점이 확인된 만큼, 업체가 가격 부풀리기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뿐 아니라 계약금 모두를 되찾을 방안을 국방부는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