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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보안경찰, 새 ‘청사’보다 과거 ‘청산’이 먼저다

등록 2018-05-14 18:01수정 2018-05-14 19:07

경찰이 지난 3일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 통합청사 신축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대공분실(보안분실) 자리에 대신동 등 서울 4곳에 흩어져 있던 대공분실을 한데 모은 통합청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정부의 수사·공안기관 재편 방침이나 남북화해의 시대 흐름과 맞는 방향인지 의심스럽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고 경찰개혁위원회도 공사 중단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도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된 사항이라 그냥 추진하는 모양이나 여러모로 부적절해 보인다.

통합 보안수사대 청사가 신축될 예정인 서울 옥인동 대공분실
통합 보안수사대 청사가 신축될 예정인 서울 옥인동 대공분실
2013년부터 통합청사를 추진해온 경찰은 대지 893평의 옥인동 분실 자리에 지하2층 지상4층 1920평(건평) 규모로 지을 계획을 세워 2016년 서울시 도시계획위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경찰의 대공·보안 기능이 고문이나 불법사찰 등 인권침해의 상징이 돼온 ‘분실’ 형태로 계속 존속해야 하는지 우선 의문이다. 김근태·박종철 사건에서 보듯이 대공분실은 물고문·전기고문을 통한 사건 조작 등 은밀한 공간에서 비밀리에 진행해야 하는 불법 공작·수사를 위해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인권수사가 당연시되고 보안사범도 줄어드는 시대에 분실을 축소·폐지하기는커녕 통합해 대규모 건물을 신축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면 오창익 경찰개혁위원의 말처럼 “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면” 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에 따르면 경찰의 보안 기능은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과 함께 안보수사처로 통폐합되는 것으로 돼 있다. 국회 논의에 따라 변경 가능성도 있겠으나 어떤 방향으로든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면 공간도 재구성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 새 건물을 짓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보안경찰이 지금 건물에 신경 쓸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인권침해와 불법수사로 그렇게 비판받고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다시 댓글공작에 가담한 정황이 뚜렷하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지난 3월29일 경찰청 보안국과 보안과 등 10여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간판만 바꿔 단다고 과거의 잘못된 정치개입·인권침해 악습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청사 신축보다 과거 청산과 성찰이 먼저다. 개혁위 권고 이전에, 수뇌부 스스로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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