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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과 교수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록 2018-05-14 19:55수정 2018-05-14 20:41

그래픽 / 김지야
그래픽 / 김지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논란을 두고 국내 유수의 회계학자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특별감리를 벌여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적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최종 결론은 17일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와 23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내려진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하반기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회계 분야 권위자들에게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5개 대학 교수 11명이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용역비로 각각 수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이 학자적 소신과 판단에 따라 주요 현안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삼성을 위해 일한 사실을 숨긴 채 언론 기고나 인터뷰를 통해 삼성 입장을 옹호하고 금감원을 비판한 점이다. 보수를 받고 삼성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면, 기고나 인터뷰 요청은 거절하는 게 옳았다. 독자를 기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13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금감원이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고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은 셈이니 오해를 살 만하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란다.

또 의견서를 낸 교수 가운데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등은 이전에 감리위원으로 활동했다. 분식회계를 판정하는 감리위원을 역임했다면 삼성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거절하는 게 마땅했다. 특히 황 교수는 지금도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맡은 공적 역할과 충돌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해충돌 회피의 원칙’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식에 속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분식회계 여부와 별개로 삼성의 영향력이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삼성과 역대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독립성을 잃은 전문가 집단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 관련 기사 : [단독]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방어팀 ‘전관’들로 꾸렸다

▶ 관련 기사 : [단독] 삼성바이오 뒤엔 김앤장…학자 총동원 “분식회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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