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다시 외압 논란이 터져나왔다. 애초 김수남 검찰총장 시절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가 <한겨레> 폭로로 재수사가 이뤄져 최 사장을 구속한 게 지난해 12월이었다. 올해 2월 수사검사의 폭로로 문무일 검찰총장 체제에서 다시 별도의 수사단을 꾸렸는데도 외압 시비가 또 벌어졌다. 같은 사건으로 세번이나 재수사하는 것 자체가 치욕이다.
그런데도 비슷한 논란이 재발하고 현직 검찰총장까지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등장하고 있으니 검찰 조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무일 총장은,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반부패부장 등 대검 간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려는 수사단에 ‘전문자문단을 거치라’며 지휘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처음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와 수사단 쪽은 이를 부당한 지시로 받아들이는 반면, 문 총장과 대검 반부패부 쪽은 검찰총장으로서 정당한 지휘권 행사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애초 주장을 어긴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영장 청구나 기소 단계에선 총장에게 보고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지휘권 여부보다 ‘정당한’ 지휘권 행사였느냐가 문제다. 자기가 도입한 수사심의위를 제쳐놓고 전문자문단을 새로 구성해 심의를 받으라는 것 자체가 정상적 지휘로 보기 힘들다. 문 총장 스스로 수사단을 인선해놓고 수사 당사자도 납득하지 못하는 지휘를 고집했다면 국민은 물론이고 검찰 내부의 신뢰조차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사건은 초기부터 외압의 징후가 뚜렷했다. 안 검사가 폭로했듯이 이미 재판에 제출된 증거목록에서 권성동 의원 통화내역 등의 삭제를 요구하고 전임 춘천지검장은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는가 하면, 강원랜드 전 사장과 유력 정치인의 전직 특보 사이에 청탁을 모의한 녹취록 압수수색 의견도 대검이 반려했다. 한마디로 “현직 국회 법사위원장이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찰 고위직을 흔들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게 안 검사의 주장이다.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 자체가 충격적이다. 문 총장이 이런 민감한 사건에 개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 검사를 8차례나 불러 조사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혹시나 한 사람(안 검사)의 주장만으로 무리하게 대검 수사지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는 대검 반부패부 연구관의 글처럼 수사 방향을 바로잡으려 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안 검사 주장처럼 법사위원장의 압력에 흔들렸거나, 문 총장 스스로 검찰개혁을 염두에 두고 수사 수위를 조절하려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법사위원장 수사를 놓고 벌어진 일이란 점은 적잖은 우려를 낳게 한다.
수사단은 권성동 위원장 구속영장은 청구하되, 대검 간부들 기소 여부는 18일 열리는 자문단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세번째 수사에서도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