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6년 만의 ‘낙태죄’ 공개변론, 변화를 기대한다

등록 2018-05-23 17:52수정 2018-05-23 19:43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24일 열린다. 헌재가 2011년 11월 공개변론에 이어 다음해 합헌 판단을 내린 지 6년여 만이다. 당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여성가족부는 최근 정부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낙태죄 재검토’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지난해 청와대 청원 답변에서 조국 민정수석 또한 “우리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폐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공개변론과 앞으로 있을 헌재 판단에서 변화를 기대한다.

6년 전 헌재 재판관 4명만이 낙태죄를 위헌이라 봤던 데 반해, 이진성 헌재 소장을 비롯한 6명의 재판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낙태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랜 세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맞서는 이분법적 형태로만 진행되어왔던 낙태권 논쟁의 시야를 이제는 넓혀야 한다. 낙태죄는 사문화된 조항이란 지적도 많다. 기소 건수는 연간 10여건에 불과하다. 실제 낙태가 적은 건 아니다. 2010년 보건복지부 조사에선 연간 16만7천여건 정도였지만, 전문가들은 연간 30만~50만건으로 추정한다. ‘불법’이기에 여성들은 위험한 무면허 수술에 내몰리거나 문제가 생겨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처벌 대상이 여성과 의료진에만 한정되고 임신중절 과정에서 대개 배우자 동의가 필수라, 이 조항이 남성에 의한 협박이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0%는 ‘사회·경제적인 사유’를 포함한 낙태를 허용하는 등 태아 생명 보호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규제를 완화해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여가고 있다.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침해부터 비혼모의 사회적 처지,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묻지 않는 문제점까지 검토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찾을 때가 됐다. 여성에게만 고통과 책임을 씌우는 지금의 형태는 여성에게도, 태아에게도 행복하지 않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