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처가 끝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무역확장법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철강 보복관세 때 동원한 무역확장법을 또 들고나온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는 최대 25%의 관세 부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역확장법은 국가 안보에 대한 영향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이유에서 미국 안에서 논란이 많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남용될 수 있는 탓에 1962년 법 제정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되살아났다. 또 자동차 보복관세는 국제 무역전쟁을 격화시킬 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인 철강과 달리 자동차는 수입 규제로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직접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카드를 또 꺼내 든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입 규제를 통한 일자리 확대를 성과로 내세워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을 결속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우리의 위대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 빅 뉴스가 곧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 당신들은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라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선거 승리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무역 질서를 흔드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물량 253만대 중 대미 수출이 85만대로 3분의 1을 넘는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자동차 보복관세를 실행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보복관세를 최대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분쟁 때도 한국에 보복관세를 물리지 않은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많은 이익을 챙겼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환경 기준은 완화된 반면 한국산 화물자동차의 미국 관세 철폐 시점은 20년 더 늦춰졌다.
정부는 한국산 자동차가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치밀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자유무역협정 양보 등을 근거로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미국 내 반대 여론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공세가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수출시장 다변화 등 수출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무리한 통상 압력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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