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나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상·하위 계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분배를 개선한다는 깃발을 내건 현 정부로선 심각하게 봐야 할 결과다. 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 증대,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때다.
통계청 1분기 자료를 보면 상위 20% 가계(2인 이상)의 소득은 1015만원, 하위 20%는 129만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상위층은 9% 늘고, 하위층은 8% 줄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분배지표 최악으로 연결된다.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이나 사회보장부담금 등 공적이전지출을 뺀 부분) 5분위 배율(상위 20%/하위 20%)은 5.95배로 작년 1분기 5.35배보다 높다. 이 역시 2003년 통계 작성 뒤 최악으로, 분배 개선을 주창해온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수치다. 5분위 배율은 2016년 1분기부터 높아지는 추세다. 작년 4분기에 추경 효과로 잠깐 반전됐을 뿐이다.
최악의 분배지표를 놓고, 일각에선 소득주도 성장의 하나로 추진해온 최저임금 인상 탓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가계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단정하기엔 이르다. 중상위 계층에도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 소득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통계청 설명대로 고령화 추세에 따라 퇴직 가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돼 소득 감소로 이어졌을 개연성도 있다. 1분기에 평창올림픽을 비롯한 경기부양, 연초에 이뤄진 기업들의 임금인상 효과가 중상위층으로 쏠린 것도 분배지표를 악화시켰을 수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에 대한 무차별적 이념 공세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이번에 나온 지표는 ‘소득 하위계층 배려방안’을 더 충실히, 면밀히 마련해야 함을 보여주는 신호로 봐야 한다.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커지는 것은 사회를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활력까지 떨어뜨린다는 교훈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중간 점검을 통해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게 무분별한 최저임금 공세를 차단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