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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정상회담 복원’ 위한 북-미 노력 환영한다

등록 2018-05-25 18:51수정 2018-05-25 23:41

트럼프의 회담 취소, 북-미 관계 요동
‘북-미 간 대화채널’ 재가동 주목
남북 핫라인 가동으로 돌파구 찾길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로 북-미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낸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며 환영의 뜻을 트위터로 밝혔다. 전날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한 데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지만 상황이 취소 사태 이전 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두 나라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표면적인 이유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다. 지난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에 이어 최 부상이 ‘정상회담 재고’를 거론하고 ‘핵 대 핵 대결’ 운운한 것은 상대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경솔한 발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수사적인 담화가 회담 철회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이견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식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 사이에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회담 취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더 적극적인 대화로 풀어야지 취소 통보로 판을 흔들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김계관 부상을 통해 내놓은 담화는 회담의 불씨를 되살려내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 부상은 회담 취소 편지가 나온 지 8시간여 만에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상의 담화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나왔다는 점,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을 ‘내심 높이 평가했다’고 의중을 밝힌 점 등은 북한이 회담 취소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특히 김 부상의 담화가 ‘위임’을 받아서 나온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김 위원장의 담화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편지에 대한 간접적인 형식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재개 가능성을 아예 접지는 않았음을 내비쳤다. 회담 취소를 통보하면서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연락해달라’고 한 것은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회담 취소 발표 뒤에도 ‘김 위원장이 건설적인 대화와 행동에 참여하길 선택한다면 기다리겠다’며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회담 취소 통보까지 했지만, 언제든 다시 대화로 나올 뜻은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뜻은 하루 뒤에 나온 김계관 부상의 담화에 대한 트위터 응대와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밝힌 발언에서 한층 더 뚜렷해졌다.

어쨌든 지금 국면은 북한과 미국 모두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미 양국 정상이 직접 소통하는 역발상의 해법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없이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한 것을 의례적인 인사로만 볼 일은 아니다. 북-미가 정부 간 대화의 창을 닫지 말고 계속 대화를 해나가는 게 지금 시점에선 절실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정부에 떨어진 과제가 더욱 커졌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남-북-미 채널을 한층 더 긴밀하게 가동해야 한다. 특히 설치 후 한 번도 쓰지 않은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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