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와 지지자들이 6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 앞에서 선거 벽보 훼손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와 펼침막이 수난을 겪고 있다. 신 후보 쪽이 훼손을 확인한 것만 해도 7일 현재 27개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 동대문구, 노원구 등 곳곳에서 훼손이 발견됐다. 21개의 훼손 사례가 드러난 강남구에선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찰에 이를 고발했다. 경찰도 폐회로티브이(CCTV) 분석 등 수사에 나섰다.
벽보나 펼침막 훼손은 선거 때마다 있었다. 그러나 신 후보 벽보 훼손은 ‘여성혐오’ 표출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1990년생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최연소인 그는 여성과 성소수자 등 기성 정치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하고,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 보장 등 현실 정치의 한계를 뛰어넘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출마했다. 성폭력·성차별 없는 서울도 공약했다. 그런 의지를 담은 게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다.
그의 벽보와 펼침막이 불에 그슬리거나 커터칼에 잘려나갔다. 노원구 한 초등학교 담벼락 벽보는 담뱃불로 오른쪽 눈을 지져서 섬뜩하게 만들었다. 아예 벽보를 떼어낸 곳도 있다. 펼침막 끈을 풀고 도주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신 후보의 눈빛이나 표정이 시건방지다는 등 인신공격과 외모 비하 글이 적지 않다. 박훈 변호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주 더러운 사진’ ‘개시건방진’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라는 등 혐오가 담긴 글을 썼다. 비난이 들끓자 그는 사진 구도와 벽보 분위기에 대한 비평이었다고 사과했다.
선거 벽보 훼손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범죄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벽보·펼침막을 훼손·철거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욱이 특정 집단을 차별하거나 성적인 혐오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만연하고, 여성을 혐오하는 최근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신 후보는 “20대 여성 정치인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상대로 한 여성혐오 범죄”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경찰 수사도 필요하지만,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저열한 행위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는 풍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