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주목할 만한 발언을 여럿 내놓았다. 이 가운데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합의(agreement)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은 특히 눈길을 끈다. 물론 이 발언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이 무엇인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싱가포르에서 종전과 관련해 모종의 합의를 한 뒤 추후 회담에서 공식 선언을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후자의 의미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어떤 경우가 됐든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상징적·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안이지만, 지금 국면에서는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의 의미가 큰 만큼 빨리하면 빨리할수록 좋다. 그래야 북한도 체제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면서 실질적인 비핵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현재까지 흐름으로 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하는 종전선언을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차, 3차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상, 다음 정상회담에서라도 3자가 종전선언을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종전선언을 앞당길수록 북한이 비핵화 속도를 내기 쉽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잘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는 것이어서 북-미 관계 정상화를 향한 또 한번의 도약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북-미 국교 정상화를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이 필요한 조처를 완료하면’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으로 국교 정상화 발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싱가포르 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여러 차례 회담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로 강조점이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그만큼 현실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 과정을 밟더라도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속도가 늦춰져선 안 되며, 그러려면 미국의 체제보장 조처가 적극 병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