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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남성중심 구조’ 끝내라는 2만 여성 시위

등록 2018-06-10 18:27수정 2018-06-11 10:55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모습. 선담은 기자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모습. 선담은 기자
서울 혜화역 주변이 9일 다시 붉은 옷의 여성들로 가득 찼다. 지난달 19일 1만2천여명이 모였던 1차 시위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2만2천여명의 여성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미리 자원을 받은 여성들의 삭발식도 이뤄졌다. 흔히 집회의 삭발식에 나타나는 비장함보다는 환호와 응원이 넘치는 현장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젊은 여성들의 ‘새로운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2차례에 걸친 혜화역 시위엔 난생처음 거리에 나선다는 젊은 여성들 참여가 갈수록 늘어났다.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수사 자체를 ‘편파’라 할 순 없지만, 이 수사가 수많은 여성들의 불법촬영 피해를 방치해왔던 사회와 이를 용인해왔던 ‘남성 중심’ 구조에 누적된 분노와 공포를 폭발시킨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혜화역 시위 다음날인 10일엔 비웨이브가 주최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의 14번째 시위다. 지난 2일 불꽃페미액션이 여성들의 상의 탈의 사진을 삭제한 페이스북에 항의해 벌인 시위는 논란과 화제의 중심이 됐다.

잇단 여성들의 ‘행동’을 두고 일각에선 페미니즘이 ‘남녀갈등’ ‘남성혐오’를 조장한다고 비난하는데, 이는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할 뿐이다. 시위에서 일부 나타나는 익명성과 폐쇄성, 과격성 같은 부분적인 문제가 이들 요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순 없는 일이다. 여성들은 지금 개별 남성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 같은 기본적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에 분노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조처와 가시적 변화가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굳어져온 ‘성차별적’ 구조를 한꺼번에 바꾸긴 어렵지만, 여성들의 목소리에 편견 없이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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