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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북-미 정상, 모든 것 걸고 ‘역사적 합의' 이뤄야

등록 2018-06-10 23:59수정 2018-06-11 09:4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6·12 북-미 정상회담은 21세기 들어 가장 의미심장한 ‘세기의 담판’이라고 할 만하다. 이 회담의 결과에 따라 65년 동안 적대해온 북-미가 한반도에서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철거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갈지가 결정된다. 남북이 화해와 상생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데도 이 회담은 결정적인 ‘모멘텀’이 될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은 10일 오후 모두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도착 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사실상 회담 일정을 시작했다. 이렇게 두 정상이 회담을 이틀이나 앞두고 싱가포르에 입국한 것은 이번 회담에 거는 두 나라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역사적인 회담을 준비함과 동시에 마지막 쟁점 타결을 현지에서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이 묻어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해 싱가포르 외교장관 등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공보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해 싱가포르 외교장관 등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공보부 제공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보장·제재해제’를 놓고 어느 수준에서 맞교환이 이뤄질 것이냐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떠나기 직전 이번 회담이 평화를 이뤄낼 수 있는 ‘한 번의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의 관계만 맺을 수도 있다’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냈다. 잘되면 모든 것이 한번에 해결되는 ‘빅딜’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러 차례 회담을 통해 합의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가장 좋은 그림은 두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전 과정에 대한 포괄적인 타결을 하되, 그 과정을 최대한 압축해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는 것을 합의문에 담아내는 것이다. 두 나라가 서로 만족할 만한 이런 합의에 도달하려면 두 정상이 모두 한걸음씩 양보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 사이 한반도 종전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애초 한반도 종전선언은 남·북·미가 함께하기로 남북 정상 사이에 합의됐지만, 이번에 북·미 정상이 종전에 합의한다면, 그것 자체로 북한 체제보장의 일보를 뗀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뜻이 있으며 비핵화 완료 뒤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할 뜻이 있음도 밝혔는데, 이 문제가 합의문에 적시될지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기대를 키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로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대동강수산물식당’ 시찰에 나섬으로써 자신의 관심이 ‘경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경제개발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에둘러 시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싱가포르행 직전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써가며 회담 타결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두 정상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모든 것을 건다는 자세로 이번 회담에 임한다면 한반도와 세계에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뒤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여정에 일대 전환점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화보] 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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