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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두 손 잡은 김정은-트럼프,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등록 2018-06-12 20:28수정 2018-06-12 23:44

두 정상의 만남 자체로 ‘역사적 사건’
‘비핵화 시간표’ 구체화하지는 못해
후속회담 통해 한반도 평화 이끌어야
북한과 미국이 새 시대의 관문을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북-미 적대관계를 뒤로하고 이제껏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평화 대장정의 첫발자국을 역사의 새 장에 찍었다. 두 정상은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를 재구축하는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양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정착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1989년 미-소 몰타 회담 이후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를 걷어내는 세계사적 전진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과 함께, 8천만 남북 겨레와 함께 북-미 정상의 첫 만남에 담긴 의미를 깊이 새긴다.

6·12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공동성명’이라는 형식에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의 약속을 담아 두 정상이 직접 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두 정상의 이름으로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담은 성공으로 기록될 만하다. 회담이 열리기 직전까지도 과연 합의문이 나올 것이냐, 나온다면 어떤 형식이 될 것이냐를 놓고 여러 관측이 있었지만, 공동성명이라는 공식성 높은 형식으로 두 정상의 의지를 담은 것은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에 앞서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던 대로, 이 공동성명으로 북-미 관계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로 가는 길이 트였다고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북-미가 명시적으로 합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줄다리기 끝에 양국은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에서 합의를 보았다. 대신, 북한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체제 안전보장과 관련해 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정도에서 타협했다. 결국 시브이아이디(CVID)와 시브이아이지(CVIG) 곧 ‘완전한 체제보장’이 맞교환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브이아이디와 시브이아이지의 맞교환이 쉽지 않을 게 예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정도 합의에 이른 것 자체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4·27 판문점 선언이 과거의 남북 사이 선언과 합의를 철저히 이행한다고 밝힌 만큼, 이 내용으로 사실상 시브이아이디를 대신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또 공동성명 전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문구를 넣어 본문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밝힌 것도 북한을 안심시키는 조처라고 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군사적 위협 중단을 요구해 왔는데, 이 요구를 미국이 수용할 뜻을 밝힌 것은 북-미 관계 전진과 북한의 비핵화 가속화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처를 포함한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해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북-미가 완전한 신뢰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이 중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데 속도를 높인다면 제재 해제도 빨라질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한 만큼 후속 회담을 신속하게 진행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합의를 보아야 할 것이다.

공동성명 내용 중 한국전쟁 때 사망한 미군 유해 등을 즉각 송환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관심사에 부응하는 것이어서, 미국 내 여론을 호전시키면서 향후 협상의 윤활유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에 북한 고위 당국자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른 시일 안에 추가 회담을 열기로 약속한다고 한 만큼 더 구체적인 합의는 이후의 협상을 통해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시간표를 명확히 그려내는 것은 앞으로 협상에서 신속히 타결해야 한다. 이번에 결론 내지 못한 종전선언 문제도 최대한 빨리 결말을 짓기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에 북-미가 다시 만난다고 했으니 이 회담을 기다려봄직하다.

미-중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1972년 미-중 정상회담, 동서 냉전의 종식을 예고한 1986년 미-소 정상회담을 보더라도, 6·12 북-미 정상회담이 두 나라 관계 정상화에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의 시작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미 관계가 최종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앞에 놓여 있다.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야만 이 난관들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이번 북-미 정상의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중재자 역할에 힘입은 바 크다. 한반도 운전자로서 위태롭고 어려운 시기에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 결국 정상회담 성공까지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북-미가 이렇게 빨리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트기 어려웠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북-미 관계의 길잡이로서 두 나라의 관계가 확고한 정상의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전례 없는 변화를 약속했지만, 이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일 뿐이다. 앞으로 가야 할 여정에 어떤 방해물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모든 난관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열린다고 할 수 있다. 남-북-미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서로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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