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함께 검찰개혁의 두 축인 수사권 조정 문제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검경 수뇌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고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이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진행돼온 수사권 조정 결과를 대통령이 검경 수뇌 앞에서 직접 재확인한 것이다. 또 “구성원들을 잘 설득해주기 바란다”는 말로 일각의 불만, 특히 검찰의 반발 기류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안에 정부 차원의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정부안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는 국회가 검찰개혁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충분한 논의를 해온 만큼 이제 늦출 수도 없고, 더이상 늦춰서도 안 된다.
청와대와 검경 수뇌부 사이에서 5자회동 또는 3자회동 등을 통해 조정안의 얼개는 사실상 완성된 상태다. 큰 틀에선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권 행사에 중점을 두는 방안이다. 다만 경찰 스스로 사건을 종결한 경우(1차 종결권)에도 피해자나 고소·고발인 등 이해관계자가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망 등 위중한 사건은 검찰로 이송된다. 또 검찰이 정기적인 사무감사를 통해 불기소 사건의 적정 처리 여부를 확인하는 보완장치를 두도록 했다. 인권 침해나 수사 지연 등 수사권 남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에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다.
영장청구권은 지금처럼 검찰이 갖되 경찰이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고검에 설치되는 별도 기구가 이를 재심사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의 인지수사 기능은 부패·금융·공직자 범죄 등에 한해 현행대로 유지된다.
결국 정부안대로 공수처가 설치되고 수사권이 조정되면 민생 사건은 경찰이 우선 수사하고, 부패·금융·공직자 범죄 등 구조적 비리 사건은 공수처와 검찰 등 수사기관들이 상호 경쟁·견제하면서 수사하는 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과 따로 만나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아마 국가 강제력이 작용하는 수사에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경찰 비대화의 문제점을 역설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를 동시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내용으로 왜 검찰과 경찰에서 두번 조사를 받아야 하냐”는 문 대통령 언급처럼 수사권 조정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경찰 역시 이를 명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검찰개혁은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 1순위’였음에도 검찰 출신 의원들이 최대 걸림돌이었다. 국민들이 더이상의 훼방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권 조정 관련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